마음이 싱숭생숭한 게 힐링이 필요한듯해서 보고 왔던 영화 엘리멘탈. 한 달이나 지났지만 여전히 감흥이 남는다. 애니메이션 영화 만들어주시는 모든 관계자분들 감사합니다..
영화 기본 정보
'불, 물, 공기, 흙 4개의 원소들이 살고 있는 ‘엘리멘트 시티’ 재치 있고 불처럼 열정 넘치는 ‘앰버'는 어느 날 우연히 유쾌하고 감성적이며 물 흐르듯 사는 '웨이드'를 만나 특별한 우정을 쌓으며, 지금껏 믿어온 모든 것들이 흔들리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데... 웰컴 투 ‘엘리멘트 시티’!'
영화 엘리멘탈의 메인 포스터. 사실 처음에 이 포스터만으로는 큰 흥미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동안 봐온 애니메이션 그림체랑은 살짝 달라서 그런가? 근데 영화 보고 난 입장에서 이 포스터를 보니 다들 너무 귀여워.. 소중해..
영화 '업(Up)'의 후속작, '칼의 데이트(Carl's date)' 공식 동영상
본격적인 엘리멘탈 영화 시작 전에, '업(Up, 2009)'의 후속작인 '칼의 데이트(Carl's date)'가 단편으로 상영됐다.
이 단편엔 칼 할아버지랑 더그만 등장한다. 러셀도 혹시 등장하지 않을까 살짝 기대했는데 전혀 안 나와서 조금 아쉬웠다!!
대충 '칼의 데이트' 내용은, 칼이 아내와의 사별 이후 처음으로 다른 여성과 데이트에 나가게 되면서 준비하는 과정에서 긴장감으로 우당탕탕 하는 이야기이다. 집엔 칼과 더그 둘이 살고 있는 듯했는데, 더그가 말할 줄 아는 강아지다 보니 칼과 더그의 대화 티키타카가 재미있었다. 수십 년 만의 데이트라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모르고 뚝딱거리는 칼의 모습이 괜히 애처롭기도 했고, 거기에 반응하는 더그의 깨발랄이 너무 귀여웠다. 마지막에 칼이 너무 긴장해 있으니까 더그가 칼에게 그저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라며, 함께 가주겠다며 용기를 주면서 데이트를 향해 집을 나서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데이트 잘 하셨겠지?
영화 '엘리멘탈' 줄거리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물, 불, 공기, 흙, 이 4가지 원소들로 구성된 인물들이고, 이들이 '엘리멘탈 시티'라는 모든 원소들이 모여 살아가는 대도시에서 함께 생활하는 이야기이다. 함께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교류하지만, 원칙적으로 이들은 서로 섞일 수 없기 때문에 각자의 원소 종족끼리만 번식해서 공감대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오래전, 불의 원소들이 모여 살던 지역에 재난이 닥치게 되어, 부부 버니 루멘(남편), 신더 루멘(아내)은 불의 터전을 떠나기로 결심하고 새로운 삶을 찾아 엘리멘탈 시티로 이주하게 된다. 엘리멘탈 시티에서 불의 원소들은 주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큰 환대는 받지 못했지만, 자신들의 집을 구하고 불의 원소들을 위한 상점 '파이어 플레이스'를 오픈하면서 점차 불의 원소 타운과 같은 생활권을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랑스러운 딸 '앰버 루멘'이 태어나고, 앰버는 어려서부터 줄곧 파이어 플레이스를 넘겨주겠다는 아빠에게 자신의 경영 능력을 입증하고자 노력한다.
불의 원소인 앰버는 아직 어려서인지 가끔 불같은 성격을 잘 다스리지 못한다. 손님 응대를 하다가 화가 쌓인 앰버는 지하실로 내려가 폭발적인 화를 분출하고, 그 힘의 여파로 상점 지하에 연결되어 있던 수도관이 터지게 된다. 마침 수도관 검침을 하러 다니던 물의 원소 사람 '웨이드'가 터진 수도관을 통해 나타나 엠버와 만나게 된다. 웨이드는 시청 소속 직원으로, 파이어 플레이스의 누수 현상을 보고는 이 건물의 수도 시설에 문제가 있음을 파악하곤 곧바로 시청에 보고하러 나선다. 그 보고가 이루어지면 가족의 전부인 파이어 플레이스가 폐업될 수도 있기 때문에, 앰버는 웨이드를 쫓아가 그가 보고를 하지 못하도록 설득하기 시작한다.
시청에 도착해 가까스로 웨이드를 세웠지만 이미 보고서는 웨이드의 손을 떠난 이후였다. 물의 원소들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엘리멘탈 시티의 주류이다. 웨이드는 앰버의 사정과 간절한 부탁을 듣고 그 상황과 앰버의 입장을 깊게 이해하며 앰버를 돕기로 결심한다.
웨이드의 직장 상사인 공기 원소 사람 '게일'을 찾아가면 해결할 수 있을 거라며, 앰버를 데리고 게일이 있는 곳에 가서 함께 게일을 설득한다. 결국 게일은 누수 원인을 찾아서 사건을 해결하면 일단은 폐업하지 않게 조치해 준다고 한다. 그래서 서로 상극의 성질을 가진 앰버와 웨이드는 함께 문제를 해결하러 나선다. 둘이 같이 문제를 해결하러 이곳저곳을 다니고 협력하면서, 둘은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게 된다. 웨이드는 앰버에게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뿐만 아니라 생각들을 표현한다. 하지만 원소끼리는 서로 섞여선 안된다는 보수적인 가정에서 자라온 앰버는 웨이드에 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하지 못한다.
하지만 웨이드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없는 앰버는, 부모님 몰래 웨이드를 만나러 외출하고 데이트를 즐긴다.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만이 할 수 있는 장기를 보여주며 서로를 이해하며 더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진다. 하루는 웨이드가 앰버를 자신의 가족들에게 소개해 주려 집에 초대한다. 웨이드의 가족들은 모두 앰버를 따뜻하게 환영하고, 화목한 분위기 속에 많은 대화를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낸다. 앰버가 불의 원소의 능력을 발휘해 깨진 유리 물병을 녹여 새로운 물병을 즉석으로 만들어 내자, 웨이드의 엄마는 앰버에게 예술적 소질이 뛰어나다며 관련 업종에서 일하며 꿈을 키워볼 것을 권유한다.
하지만 앰버 입장에서 파이어 플레이스를 떠나 자신만의 꿈을 좇는다는 것은 쉽지 않다. 어려서부터 가족의 정체성인 파이어 플레이스를 물려받겠다 수없이 선언했고, 점점 약해지는 부모님도 역시 앰버에게 파이어 플레이스를 곧 물려줄 날만 기다리고 있다. 또한,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제대로 생각해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엠버는 그저 마음이 혼란스럽다. 웨이드는 앰버에게 남이 정한 대로 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라며 앰버의 꿈을 응원하고 설득하지만, 가족의 기대에 마음이 무거운 앰버는 결국 웨이드에게 모진 말을 하고 둘은 헤어지게 된다.
그렇게 결국 앰버가 파이어 플레이스를 물려받는 날이 다가오고, 파이어 플레이스는 새 주인을 맞이하는 개관식으로 큰 파티가 열린다. 웨이드는 그곳에 찾아와 많은 사람 앞에서 용기 있게 앰버에 대한 진실한 마음을 표현하며 다시 잡아보지만 결국 엠버의 마음을 돌리는데 실패하고, 크게 상심하여 엘리멘탈 시티를 떠나려 한다. 그런데 그때 마을의 둑이 터져버리고 불의 원소 마을에 대 홍수 위기가 닥치자, 웨이드는 곧장 앰버 가족과 불사람들이 있는 파이어 플레이스로 달려간다. 어떻게든 파이어 플레이스와 불꽃을 지키려 웨이드와 앰버가 고군분투하는데, 그 과정에서 앰버와 웨이드가 한 공간에 갇혀버리게 된다. 웨이드는 앰버의 열기에 점점 증발하다 사라져버리고, 구출된 앰버는 웨이드가 자신 때문에 죽었다 생각해 슬퍼하며 엉엉 운다. 그때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면서 웨이드가 다시 살아나게 되고,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가족의 응원과 함께 꿈을 찾아 떠나는 해피엔딩을 맞이한다.
감상평
개인적으로 마음이 몽글몽글 해지는, 아주 재미있었던, 인상 깊은 애니메이션 영화였다.
물, 불, 공기, 흙 4가지 원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새롭고 신선한 소재이기도 했고, 캐릭터들이 사람 형태로 표현되는 방식도 신기했다. 아기 불사람, 아기 물사람, 아기 흙사람, 아기 구름사람 모두 너무 귀엽게 표현됐다. 아기 웨이드가 스펀지에 손을 댔다가 스펀지에 몇 시간 동안 갇혀버리는 이야기, 아기 불사람이 기름을 먹고 크게 불트림하는 모습 등, 모든 아기들은 역시 귀엽지만 이 영화에서의 아기 캐릭터들은 더 귀여웠다. 또, 불사람이나 물사람의 머리카락이나 몸체가 자연스럽게 휘날리는 표현이 캐릭터적으로 너무 적절한 정도로 구현돼서 대단하다고 생각됐다. 전반적으로는 네 원소 중에서도 특히 물원소와 불원소가 중점적으로 표현됐고, 서로 너무 다른 성향을 가진 두 원소가 섞이고 화합을 이루는 과정과 그 스토리가 아름다웠다.
위의 줄거리 내용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영화 내용엔 '비비스테리아'라고 하는 아주 귀하고 아름다운 꽃이 등장한다. 흔한 꽃이 아니라서 테마파크와 같은 특정 장소에서만 구경할 수 있는 꽃인데, 유일하게 불 원소 사람들만 꽃에 해로울 수 있다며 그곳에 입장이 허가되지 않았다. 앰버도 꼬맹이일 때 아빠와 함께 그 꽃을 보러 갔다가 입장을 거부당해 상심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지하에 위치한 그 테마파크는 물에 침수되어 결국 오랜 시간 동안 아무도 그 꽃을 볼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웨이드는 앰버를 위해 공기 사람인 게일의 도움을 받아 그 꽃을 볼 수 있게 해 준다. 게일이 만들어낸 공기방울 속에 앰버를 잠시 가두면 약 20분까지는 물속에서 버틸 수 있는데, 그 상태로 앰버를 이동시켜 비비스테리아 꽃을 보러 이동한다. 물속에 갇혀 꽃봉오리를 닫고 있던 비비스테리아가, 앰버가 근처에 다가가자 꽃잎을 활짝 펴면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앰버는 아주 행복해한다.
엘리멘탈에 대한 여러 리뷰나 영상에서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이, 이 영화는 주류에 맞서는 소수 집단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특히 이 영화의 감독 '피터 손' 역시 한국계 미국 이민자이고, 그의 삶에서 경험한 많은 부분과 관심사들이 영화에 반영되었다고 한다. 불사람들이 엘리멘탈 시티에 처음 유입되면서, 입국 심사관도, 집주인도, 시민들도 모두 그들을 가까이 대해주지 않는 모습이 비쳤다. 특히 엘리멘탈 시티의 주류를 이루는 물사람들의 영향에 의해, 길을 다닐 때도 기차와 같은 이동 수단이 물 위를 지나다닐 때마다 아래로 떨어지는 물을 피해 다녀야 하는 불사람들의 모습이 표현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코리아타운을 형성하듯 불사람들도 자신들의 영역과 타운을 구축해 살아나가고, 그 도시에서 적응해 나가려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물의 원소 사람들이 작은 감정적 터치에도 눈물을 콸콸콸 흘릴 정도로 감성적이고 말랑한 성정을 가졌다는 부분이 다소 인상적이었다. 아무래도 사회를 구성하는 주류에 속하기 때문에 좀 더 다채롭고 많은 경험을 하고 주류로서의 자존감을 키워와서인지 더 수용적이고 공감적인 모습을 갖게 된 게 아닐까 싶다. 너-무 감성적이라 이성보다는 감성을 더 앞세운다는 특성이 있지만, 이러한 존재들이 섞여 있을 때 여러 유형의 사람들 간 교류가 더 깊은 관계로 발전하는 것 같다. 반면 보다 이성적이고 제한되는 부분이 많은 앰버와 불사람들의 모습은 아마 우리 한국 사회와 더 닮아있지 않나 싶었다. 요즘은 이러한 경향도 빠르게 바뀌어서 물사람과 같은 사회의 모습으로 많은 부분 변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지 않나 싶다. 거의 금기시되듯 여겨졌던 불사람과 물사람의 신체적 접촉이, 웨이드와 앰버의 용기와 사랑으로 극복되었던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단둘이 한정된 공간에 존재할 때 웨이드가 증발해 버렸지만, 너른 바깥공기 중에서 둘의 만남에서는 서로가 함께 살갗을 맞대고 교감할 수 있는 장면은 모든 원소들이 융화하는 삶을 강조한 게 아닐까 싶었다.
어쨌든 이 영화가 반복해서 강조하는 메시지.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라"
나 역시도 내 생각과 마음을 솔직하고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과 거리가 먼 사람으로서, 그런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글이 점점 길어지고 있어서 여기서 강제 종료해야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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